<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> 워크샵 후기 빗물속에뮤지컬



 
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월요일에 오디 컴퍼니에서 제작하고, 7월에 무대에 올라가는 <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> 워크샵에 다녀왔습니다. 칼퇴하고 열심히 달려갔는데도 5분 정도 늦었어요. 이미 워크샵이 진행되고 있더라구요. 박은태씨와 이창용씨가 대사와 음악을 피아노 반주에 맞춰보고 있었습니다. 한 두 장면만 맞춰보고 끝내려니 싶었는데 이게 웬걸.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대사와 넘버를 맞춰보더라구요. 무대에 올라가지만 않았지, <스토리 오브 마이 라이프>의 뼈대를 그대로 맛 본 셈이지요.





<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>는 앨빈과 토마스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입니다. 어렷을 때부터 절친한 사이인 두 사람의 관계가 어른이 되면서 차츰 서로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결국 어떻게 끝을 맺게 되는지를 보여줍니다. 그 세월 사이에 흥미 진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,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에요. 그저 물처럼 잔잔하게 흘러갈 뿐입니다. 그래서이 공연이 대중적이진 않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. 뚜렷한 사건보다는 두 사람의 감정 변화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니까요. 동성애 코드가 살짝 섞여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한순간에 지나칠 뿐입니다. 요즘 올라가는 공연들과 다르게 뭔가 밋밋한 모습이죠.

 
근데 이상하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였어요. 파란만장한 사건은 없어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내면을 뽑아내기엔 충분한 작품일거라구요.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걸 표현해야 하는 공연은 사건의 연속이 되기 쉽죠. 그래야 관객들에게 먹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.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할 수 없다면 행보를 과감하게 결정해야하죠. 어짜피 정말 중요한건, 어떤 사건이 터지는가가 아니라 그 사건 속에서 인간의 내면이 어떻게 표현되는가니까요. 심리묘사를 얼마나 치밀하게 하느냐에 따라서 작품의 질도 결정되지요.

토마스의 심리는 이미 그러한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.  (그렇기 때문에 일단 토마스의 독백은 좀더 세밀했으면 좋겠지만요. 단순히 자신의 상황과 생각, 환경을 묘사하는 걸 넘어서서 감성적이고 철학적이어야하지 않을까요.) 앨빈을 향한 감정선은 정말 섬세하고 복잡해요. 그 속에 사계절이 다 들어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.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이 될 수 있는 캐릭터 말이죠. 





대략 한시간 반 정도의 워크샵을 마치고 배우와 직원 분들과 함께 회식에 참여했습니다. 전 그제서야 류정한씨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, 알고보니 워크샵 때부터 지켜보고 계셨더군요. 이미 여러 기사를 통해, 혹은 류정한씨 본인의 입을 통해 차기작이 <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>로 정해졌다는 보도가 나왔지요.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굳이 이 분의 캐스팅에 대해 쉬쉬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구요, 워크샵에 도움을 준 박은태씨와 이창용씨는 아직 결정된 사안이 아닙니다. 물론 저야 이대로 쭉 캐스팅까지 완료돼 무대에서도 뵐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아직은 확정이 아니라고 하네요. 아마 뭔가 결정이 나면 오디 측에서 알려주겠죠.

암튼 이거 참 제 취향의 공연입니다. 워크샵에서 처음 접한 공연의 모습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라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네요. 부디 잘 다듬어져서 멋진 모습으로 올려졌으면 좋겠군요.








덧글: 이 포스트를 검색하시는 분들이 많길래 추가로 언급하자면, 이 워크샵은 5월 초에 이루어진 것입니다. 그래서 제가 위에 적어놓은 캐스팅과 현재 최종 확정된 캐스팅에는 일부 차이가 있습니다. 오디 측에서 오늘 캐스팅을 공개했네요. 박은태씨가 빠졌고 이석준씨, 신성록씨가 추후 캐스팅되었습니다. 그 외 나머지 두 배우는 워크샵때와 같구요. 개인적으로 박은태씨가 합류하지 않은 게 참 아쉬워요. 토마스 넘버를 참 잘 소화했는데 말이죠. 대신 <피맛골 연가> 오디션에 참여했으니 박은태씨 공연을 기다렸던 분들은 아마 그 공연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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