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08년 06월 24일
천하장사 강호동, 예능인 강호동
1박2일에서 강호동이 씨름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, 마음 한 켠이 찡했다. 강호동이 해병대 장정 여섯명을 차례로 쓰러뜨린 건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결과였다. 그는 왕년에 잘 나가던 천하장사였고, 아직도 그 이미지를 가지고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으니까.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20년 전의 실력을 어김없이 드러낸 강호동이 달리 보였다면,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을까.
인생 전체를 통틀어 자신의 분야에서 1등을 한다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. 그러나 강호동은 그 어렵다는 1등을 무려 2번이나 차지했다. 십대 때 씨름판에서 천하장사가 됐고, 삼십대 때 방송국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. 아무도 그의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는데도, 그는 그렇게 묵묵히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로 거듭난 것이다. 강호동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걸까.
물론 컨셉이겠지만- 브라운관에서는 마냥 무식하고, 우악스럽고, 미련한 모습을 하고 대중들에게 한없이 친근하게 다가온 강호동에게는 변하지 않는 뚝심이 있다. 해병대와 씨름을 했던 그 순간 만큼은 감히 웃을 수 없는 숭고함이 보였을 정도다. 상대를 자유자재로 넘어뜨릴 수 있기까지 쏟아부었을 한결같은 노력, 모래판에서 흘렸던 그 땀을 방송국에서 쏟았을 때 그는 1등이 되었던 것이다.
한번은, 강호동이 인터뷰한 기사를 읽은 적 있다. "저는 방송할 때 애드립이 거의 없어요. 애드립은 머리가 좋아야 하는데, 저는 무식해서 그런 게 잘 안나옵니다. 대신, 대본에 적혀있는 걸 달달 외워서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하죠." 이것이 바로 강호동만의 방법, 강호동 스타일 아닐까. 천재가 아님에도 천재보다 더 뛰어난 그에게 갈채를 보내고 싶다.
# by | 2008/06/24 22:44 | 안개가남긴생각 | 트랙백 | 덧글(0)


